정아 갑자기 편지라니 놀랐지. 직접 얼굴 보곤 말 못 하겠더라. 근데 너 내가 좋아하는 거 정말 몰랐나 봐. 몇 번을 마음 먹어도 놓이지 않았는데 그때 우리 대화했을 때 이제 정말 놓을 수 있을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 정아 나 너 좋아해. 지금도 좋아하고 있어. 네가 연화랑 사귀고 있을 때도 좋아했어. 헤어지고 드디어 나한테 기회가 오나 싶었을 정도로 ...
세상에 우리 둘만 있고 싶었다. 어떠한 제약 없이 정말 그녀만 맹목적으로 바라보고 지냈는데. 2 년이 우리 연애의 종점이었다. 그동안 동거도 했지만 사랑은 처음 시작했던 것처럼 그렇게 달콤하지 않았다. 매일 밤 자기 전 '좋아해요, 언니' '언니랑 헤어지면 아무랑도 연애 못 할 거 같아.' '정아, 정의가 지금보다 나를 더 사랑했으면 좋겠어.' 모든 것들이...
짝사랑은 사람을 왜 이렇게 너덜거리게 만드는 걸까. 그게 사랑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 온 우주가 그 아이를 내 앞에 데려오는 느낌을 받는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는지, 그 아이에게만 관심을 가지고 마니까.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수백명 사이에 그 아이가 있다면 단 번에 찾아낼 수 있을 정도라면 이건 참 경이로운 인간의 능력이 아닐까. 용기...
고등학생이 되면 소설 속에서 보던 사랑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밴드부에 있는 멋있는 오빠, 학교 간판이라는 얼짱 언니. 착실한 반장이 알고 보면 어둠의 손의 도련님이라든가. 그런 건 모두 환상이었다는 걸 아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입학식 때 본 주변 동급생들 중에 한 번에 눈길이 가는 외모도 없었고 어딘가 외로워 보이는 삐딱한 학생도 안 보였다. 옥...
연화와 두 번째 만남도 평범했다. 밥을 먹고, 카페를 가고, 저녁이 되면 헤어지는 게 아니라. 연화는 나를 집에 데려다줬다. 언니 집은 통금 있어서 아쉬워요. 하면서 이러면 더 오래 볼 수 있지 않겠냐고. 키스한 이후에 묘한 감정을 가지게 됐지만 친구와 노는 것도 별 다를 게 없는 일정을 보내니 역시 그건 꿈이었나? 싶었다. "언니. 오늘은 가로등 아래에서...
안녕. 오랜만이지. 너와 처음 만났던 날이 생생했을 때가 있었는데… 시간이 약인가 봐. 그때 우리는 헤어질 수밖에 없었고 얄팍한 사랑의 끈을 잡고 있었잖아. 안녕이라는 말이 마지막 인사 같다며 싫다고 한 네가 뇌리에 박혀서 나는 그 후로 누구에게 안녕을 이야기할 때 너를 떠올렸어. 있잖아, 잘 지내? 며칠 전 훔쳐본 너의 SNS 에서 너는 정말 잘 지내더라...
연화는 친구의 아는 동생. 더 쉽게 말하자면 남이었고, 어쩌다 스쳐 지나갈 인연이었다. 술자리에서 흡연자는 나 뿐이라 홀로 담배를 태울 때 연화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래. 시작은 정말 사소하고 이런 식으로 말 섞고 들어가는 게 흡연자들의 친목 도모 아니었던가. "그쪽에서도 담배 피우는 사람 언니 밖에 없어요?" "응. 너도 담배 피우는구나. 의외다."...
선생님은 정말로 제가 그립지 않으세요? 선생님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선생님 저 좋아하셨잖아요. 아니셨다고요? 그러면 저한테만 유난히 다정하게 대하시고, 병원에 입원해있을 때 부모님도 안 왔는데 선생님은 오셨잖아요. 선생님. 그때 오셔서 저 잠들 때까지 손도 꼭 잡아주셨잖아요. 손목에 검은 그림자가 더 늘지 않게 옆에 있으시겠다고 했잖아요. 선생...
그게 무슨 사귀자는 징표도 아니고 정이랑은 쭉 그렇게 지냈다. 둘이 있을 때 입술을 깨물고 있으면 뽀뽀를 하곤 하는 그런 친구. 정이가 담배를 태운다는 걸 아는 유일한 친구. 그리고 진도는 더 나가지 않았고 정이랑 나랑은 서로 점차 가까워지는 단계였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죽어라 공부해서 정이와 같은 대학에 입학하고 서로 부둥켜안고 고생했다며 술도 그...
"여기가 우리 집이야" "어디가 네 방이야?" 친구를 집에 처음 들여본 것도 아니었는데 손에 땀이 찼다. 긴장하면 입술을 꼭 깨무는 습관이 있었구나. 몰랐는데. 입술에 여린 잇자국을 혀로 만지며 같이 집에 오는 골목길에서 담배를 태우던 정이. 내가 알고 있어서 편하다며, 괜히 신발만 툭툭 쳐며 그래? 이랬었지. 왜 이렇게 멍청하게 굴까. 비밀을 볼 때마다 ...
언니는 이 조용한 새벽에 나를 또 잠 못 이루게 하지 언니 나는 눈치가 빠른 게 별생각이 없다가도 가끔은 지독하게 싫어해 왜냐하면 상대방도 모르는 변화를 내가 더 먼저 알아채니까 그래서 싫어 혼자 생각하고 고민하는 게 이걸 말해서 알려야 하는 건지 아니면 깨달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지 사실 둘 다 파멸 아닐까? 먼저 입을 열어 깨닫게 만들어서 그때 ...
계속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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