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궤도를 돌고 돌아 만났다면 어떻게 할래? 그래도 같은 선택을 할 수 있겠어? 수많은 물음표로 에워진 세상에서 나는 온점 하나 찍지 못한 채 살고 있었다면? 정확히 말해볼게. 찍었다가 반점으로 고친 인생이야. 수정될 수 없고 시간을 돌리지도 못한다. 즉, 너와 내 운명은 정해져 있다는 소리를 이렇게 한다고 해도, 너는 내 소리를 믿어? 지우야. 세상...
해준을 떠올리면 웃음이 났다. 어린 시절 발소리도 안 나게, 사뿐사뿐 숨죽여 걷던 은영은 해준을 만나 해사하게 웃는 법을 알게 됐다. 이러한 평화가 지속되고 그것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너무 빨리 현실이 찾아왔다. 고해준은 대학교에서 날아다녔다. 그 정도 외모에 머리도 되고 미친개라고 해봤자 자기 사람들이라 생각하면 척질 생각도 안 하니 이제서야 진가를 알아...
네가 좋아하는 노래를 이제 내가 계속 들어. K 잘 지내? 네 이름을 발음하면 솜사탕을 입에 물던 기분이었는데 이제 안쓰러울 정도로 혀끝이 써. K, 너한테 나는 뭐였을까? 단순한 찰나라고 치부하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많은 영향을 끼쳤어. 하지만 나는 네가 그어놓은 선을 결국 넘지 못했어. K 잘 지내지 마.
그녀는 키스하다 옷이 거추장스럽다는 걸 느꼈는지 옷을 위로 올리는 손길이 분주해졌다. 농밀한 혀의 섞임이 더욱 진해질수록 귀로 옮겨가 자신의 호흡을 나눠주었다. 목 언저리에서 나와 그녀의 온도가 올라감이 공기의 무게가 알려줬다. 속옷 안에 축축하게 젖은 것이 손으로 느껴졌다. 넣어도 될 거 같았지만 박아달라고 부탁할 때까지는 안 해줘야지. 그런 짓궂은 계획...
우리는 네 번의 철을 전부 함께 봤으니 네가 내가 돼가던 그 시발점은 별 의미가 없겠다. 기억이 안 나 초대한 적 없는 네가 들어온 지라 그때는 어안이 풀릴 틈이 없었거든. 습관처럼 인과를 파악하려던 건 사치인 듯하고 드는 의구심은 멈춰두고 늘 그랬듯 네 개 내 몸을 맡기면 되는 걸까. 나는 도통 아직도 모르겠다. 내 자아에 내가 스며든 건지 그게 아니라면...
언니는 알잖아요 호선을 그리는 입꼬리 사이에 맺힌 사랑을
이 곳은 우리가 아는 세계가 아니다. 기술은 점점 더 발전하여 인공 지능 로봇들은 가정집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가 됐다. 주변을 둘러보면 강아지 산책을 시키고 있는 로봇, 샌드위치를 팔며 업무용 미소를 온종일 내내 짓고 있는 로봇들. 그들의 형태는 인간과 거의 흡사하여 사실 구분하기조차 어렵다. 발목에 새겨진 바코드로 구분을 짓고 이 또한 주...
친하다는 건 뭘까. 같이 어울리고 지낸다고 친밀도가 높아지면 친하다고 부를 수 있는 걸까. 시간이 관계의 깊이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이런 섭섭함을 느낀다는 것 자체는 자신에게 사치나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친구의 실체를 뒤에서 확인하고, 종규의 형들이 자신을 흠씬 두들겨 팼을 때도 눈물 한 방울 나지 않았다. 그저 허망하다는 사실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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