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왜 자꾸 동하는지 모르겠어." 저도요. 피딱지가 난 입술 속에 마음을 감췄다. 정재현은 깊게 한숨을 쉬며 자리를 오래 비웠다며 당분간은 여기서 머물라고 했다. 넓은 침대 위 그가 머물렀던 온기를 가진 입술을 매만졌다. 금방 오겠다며 머리를 쓰다듬었던 머리카락도 빗어보았다. 그가 치료해주었을까,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겠지만 또 한 꺼풀 벗겨진 기분...
목이 졸리자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켁켁 거리는 요지부동한 내 목소리에 의식조차 멀어질 때쯤 정재현은 나를 놓아주었다. "네 목숨. 내가 살린 거야." 손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나가는 정재현의 뒷모습을 그제야 쳐다봤다. 분명 죽여달라고 했다. 살려달라고 말을 한 것이 아니라. 빚따윈 이제 지긋지긋한데 또 다시 어깨가 무거워졌다. 잠시지만 죽음이 눈앞에 ...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것이 죄라면 죄다. 어머니는 일찌감치 이 집을 떠났고 하나뿐인 아버지는 지독한 도박 쟁이다. 무수한 빚만 만들고 사채업자들을 아버지보다 많이 봤다. 돈이 될 만한 물건, 내 알바비. 하다못해 이제는 딸까지 팔아먹은 나쁜 새끼. 혼자 큰 것과 다름 없어 독립심은 강했다. 자존심도 강해 이 돈만큼은 안 뺏길 거라 생각하며 코피 흐르도록 공...
구질구질했던 때가 생각난다. 공장에서 일할 때 말이야. 처음 들어갈 때 계약서 쓰잖아. 무단으로 이탈할 시 임금 못 받는다고. 이기적인 계약서에도 현실 앞에선 맞는 거 같더라. 생전 처음 해보는 일과 반복적인 노동에서 시간은 더럽게 안 가고 사람들의 텃새에 아무런 여유를 찾을 수 없었다.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지. 참. 밥도 얼마나 맛없었는지 기억나. 그래...
연아, 너와 쌀쌀했던 봄 얹저리에서 처음 만났지. 그때 너의 볼에 푹 파인 보조개가 내 마음에도 깊게 파였어. 길에서 파는 꽃다발을 보고 한참을 눈을 못 떼던 나에게 사줄까? 라며 한 송이를 사줬지. 그 꽃은 나의 보물이었어. 사진을 여러 장 찍고도 집에서 시들 때까지도 놔뒀다. 그 사랑이 끝날 때쯤과 비슷해. 짧았고 강렬했지. 너와 내가 같은 마음이 아니...
당신은, 나의 영원한 바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 새 학기에 친구를 못 사귀어 결국 여름에도 어떠한 그룹에 끼지 못 한 채 혼자 지내고 있다. "새 친구 김종현이고 자리는 여주 옆이 비었으니 거기 앉아라." 이 시기에도 전학생이 오는구나. 흘긋 올려다본 전학생은 잘 부탁한다며 손 인사까지 해주었다. 이런 간단한 대화도 안 해본 지 참 오래됐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교과서에...
현실도피를 하러 내가 택한 여행지는 홍콩이었다. 정신 빠진 틈을 타 치한을 만나 이렇게 죽는 구나 싶었는데 …. 그를 만난 것이다. 어두운 곳임에도 꽤 수려한 외모인 것을 알고 용기를 내 들이댔지. 이 곳에 식사를 할만한 곳이 있냐고. 뻔한 수법. 개수작에 넘어와 준 그. 오늘 밤에는 유독 그와의 첫 만남이 떠오른다. "글쎄. 난 집에 가던 길에 당신을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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